[데스크 칼럼] ‘미디어’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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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디어는 미국 문화를, 한국 미디어는 한국 문화를 반영한다.

하지만 이민자 미디어는 조금 특별하다.

미국 문화와 한국 문화가 결합된 이민자 사회의 문화를 반영한다. 이민자 사회 문화는 미국 문화와 더불어 세대별 혹은 이민 온 시대별 한국 문화가 복잡하게 섞여 있기에 다양한 정서와 관점, 가치관의 차이를 지닌다.

사회적으로 여파가 큰 대형 총격 참사가 발생하면 미국 미디어는 사건에 대해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도하면서 희생자의 구체적인 신원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삶을 기릴 수 있는 기사를 속속 내놓는다. 

사회 구성원들이 희생자에 대해 함께 슬퍼하고 추모하며 도울 수 있는 사회적 선기능을 이루기 위함이다.

일반적으로 뉴스 보도에 페이스북이나 고펀드미 등 SNS에 올려진 사진을 쓰는 것은 출처를 밝히면 문제가 안된다. SNS에 올린 의도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한다는 암묵적 동의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자면 대형 참사 후 SNS에 확인되지 않은 뉴스가 돌기도 하고 애도를 이용한 가짜 성금 계정이 나돌기도 하기 때문에 신문, 공중파 방송 등에서 확인을 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알렌 몰 희생자의 고펀드미 사이트의 경우 개설자 관련자가 신문 게재를 부탁했고, 동포들에게서 고펀드미에 대한 진짜 여부 문의도 와서 확인을 통해 신문에 게재했다.

이번 총격 사건이 벌어진 후 주류 미디어는 알렌 몰 참사 소식과 더불어 희생자들의 사진과 신원은 물론 직업, 학교, 자주 가던 식당 이야기, 친구들, 학부모들의 이야기 등 삶의 스토리를 자세히 담아 내고 있다.

하지만 이민자 미디어인 KTN은 이와는 조금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한 동포가 왜 KTN은 어떤 시점부터 한인 희생자 스토리를 내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다. 그는 주류 미디어는 한인 가족의 스토리를 더 상세하게 다루는 데 한인 동포들이 더 잘 알아야 더 추모하고 도울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KTN은 미디어로서 역할과 기능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지만 다양하고 복잡한 문화가 공존하는 이민자 사회 문화를 반영하기에 미디어의 기능에 반작용이 되는 요청이 올 경우 융통성 있게 대응하면서 가능한 선에서 배려하고자 노력한다.

이를테면 알렌 몰 희생자의 소속 교회가 보도됐을 때 교회 측에서 내려 달라는 요청이 왔고 배려하는 차원에서 내렸다. 

모든 주류 미디어에는 공개되고 타주의 한국어 신문에는 여전히 공개된 상태이지만 DFW 동포 사회와 함께하는 미디어이므로 융통성을 발휘한 것이다. 

유가족들이 한인가족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주고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시점에선 이도 같은 맥락에서 지켰다. 

이것이 미디어의 기능과 역할을 외면하고 동포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인 이민자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이를 대변하는 미디어이기에 주류 미디어, 한국의 미디어와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 문화나 미디어의 방식에 대해 반대되는 정서를 가지고 있어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 법의 제재를 받으며 이곳의 문화를 외면할 수 없는 미국에 살고 있다. 

미국 속의 한인 사회를 사는 우리는 이민자 문화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며 바른 방향성을 잡아 나가야 한다. 

본질에 집중해야 할 때 비본질을 따지고 드는 것은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소모에 불과하다. 이제는 커뮤니티의 회복에 힘을 쏟을 때이다.


박은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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