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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안성기 영면…"세상에 필요한 건 착한 사람" 생전 편지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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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연예 댓글 0건 작성일 26-01-0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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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미사·영결식에 600여명 참석…장남 "천국서도 영화 생각하실 것"

정우성 영정·이정재 훈장 들어…배창호 "싫은 소리 한 번 안하던 사람"

추모 미사 집전한 정순택 대주교 "인품 훌륭한 참다운 스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얼굴이자 '국민 배우'로 사랑받은 안성기가 유족과 동료들의 눈물 속에 세상과 작별했다.


9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유족과 동료 배우들이 자리한 가운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영결식이 진행됐다.


영결식에서는 약력 보고를 시작으로 영화 '고래사냥', '하얀전쟁', '무사' 등 고인의 수많은 대표작을 담은 추모 영상이 흘러나왔다.


정우성은 조사에서 2000년 영화 '무사'를 촬영할 당시 다른 사람들을 따뜻이 대하던 고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심과 내세우지 않으려는 절제도 있었다"며 "무색무취로 자신을 지키고자 한 선배님은 누구보다 향기롭고 선명한 색으로 빛나는 분"이라고 회고했다.


정우성은 "아역으로 시작해 오늘날까지 배우 활동을 이어오시면서 한국 영화의 정신을 살리고 이어주시려고 노력했다"며 "수많은 가치를 잊고 사는 시대에 가치의 소중함을 안성기의 언어로 표현했다"며 끝내 울먹였다.


영화 '꼬방동네 사람들', '고래사냥' 등을 함께한 장례위원장 배창호 감독은 1980년 봄 광화문에서 우연히 고인을 만나 인사를 나눴던 때를 회상하며 "충무로에 복귀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후) 안형은 여러 화제작에 출연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면서도 "오로지 영화에만 전념해 1990년대 '국민 배우'라는 호칭으로 불렸는데, 내심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이) 촬영 현장을 집처럼 여기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안 하던 유순한 사람이었다"며 "한국을 대표한 연기자로서 성실한 연기자의 표본"이라고 추모했다.


장남 다빈 씨는 유족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누를 끼치는 걸 가장 경계하던 아버지의 인생관을 잘 안다. 보답하는 일이 말 몇 마디밖에 없다는 게 마음을 무겁게 한다"며 "아버지는 천국에서도 영화를 생각하고 출연작품을 준비하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자신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그가 울먹이며 "다빈이가 겸손하고 정직하고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됐으면 한다", "이 세상에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것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라는 고인의 메시지를 읽자 참석자들은 눈물을 훔쳤다.


이 자리에는 원로배우 신영균을 비롯해 고인과 '잠자는 남자'(1980)를 함께한 일본 감독 오구리 고헤이 등이 참석했다.


영결식에 앞서 서울명동성당 대성전에서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집전으로 고인의 안식을 기원하는 추모 미사가 열렸다.


이날 오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을 떠난 운구 행렬은 7시 40분께 명동성당에 도착했다.


임권택 감독,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인의 영정과 훈장을 각각 든 정우성과 이정재를 필두로 배우 설경구·박철민·유지태·박해일·조우진·주지훈이 운구를 맡아 명동성당으로 들어섰다.


미사에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이준익 감독, 배우 현빈·정준호·박상원·변요한 등 각계 인사 6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미사에서 "안성기 사도요한 형제님은 모든 이에게 사랑받은 국민 배우이자 겸손하고 인품이 훌륭한 참다운 스타였다"며 "한평생 우리나라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에 봉사하며, 고단한 시절 국민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해주신 분"이었다고 추모했다.


정 대주교는 "고인은 영화 작품을 통해 신앙과 삶의 가치를 드러냈을 뿐 아니라 교회의 다양한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며 나눔과 책임의 삶을 실천했다"며 고인과 천주교의 각별한 인연도 회고했다.


특히 2005년 당시 정진석 추기경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며 생명위원회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고인이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생명홍보대사 역할을 수락했던 사실을 전하며 정 대주교는 "교회에 대한 순명과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내린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고 평가했다.


안성기는 1985년 명동대성당에서 혼인 성사를 받았으며,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제1독서를 봉독했다. 자녀의 혼인성사 역시 이곳 명동대성당에서 이뤄졌다.


추모 미사와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 행렬은 장지인 양평 별그리다로 향했다. 유족과 동료 배우들을 비롯해 많은 시민이 명동성당을 떠나는 운구차에 인사하며 고인을 떠나보냈다.


안성기는 5살 때인 1957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해 69년간 170여 편에 출연하며 거장 감독들의 페르소나이자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얼굴로 활약했다.


김기영 감독의 '10대의 반항'(1959)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는 등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았고 아역 배우로 70여편에 출연했다.


성인이 된 후 김기 감독의 '병사와 아가씨'(1977)로 연기를 다시 시작해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1980), '만다라'(1981·임권택), '고래사냥'(1984·배창호), '하얀전쟁'(1992·장지영), '투캅스'(1993·강우석),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이명세) 등 수십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1980년대∼199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후에도 한국 최초의 천만 영화 '실미도'(2003·강우석)를 비롯해 박중훈과 콤비를 이뤘던 '라디오스타'(2006·이준익), '석궁 테러' 실화를 다룬 '부러진 화살'(2012·정지영) 등 지금까지 회자하는 작품을 꾸준히 남겼다.


대종상영화제·청룡영화제·아시아태평양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십차례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연기력을 입증했고, 모범적인 품행으로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국민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스크린쿼터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지내며 영화계 권익 보호에도 앞장섰으며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로서 사회적 활동도 펼쳤다.


고인은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해왔다. 2020년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이후 재발해 회복에 전념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30일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중환자실에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했고 6일 만인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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