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아들에게 바라는 ‘새해’

페이지 정보

작성자 NEWS
문화 댓글 0건 조회 413회 작성일 25-01-10 11:17

본문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크리스마스 연휴부터 새해까지 작은아들이 있는 오스틴에 머물렀다. 가까운 거리이긴 하지만 자주가지는 못했는데, 아이가 일년 여에 걸쳐 지은 새집이 완성되었다 하여 겸사겸사 가게 되었다. 이제 서른 중반에 든 아이는 아직 결혼할 마음이 없어서 인지 집 디자인부터 가 딱 혼자 살 궁리를 하고 지은 것 같았다.  오스틴 다운타운 한 가운데 , 땅값이 제법 나간다는 그 곳에 아래층엔  4카 거라지,  이층엔 방 하나, 거실 하나인 독특한 집을 지은 것이다. 사방이 유리여서 전망은 좋은데, 우리가 방문하면 잘 곳이 마땅잖은게 좀 흠인데,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방은 우리에게 내주고 거실 소파에서 잠을 잔다. 그리고   주로 운동장 같은 차고에서 지내는 데, 그곳엔 컴퓨터와 대형 스크린 티브이와 본인이 좋아하는 앤틱 카와  각종 공구와 책들, 다트(darts) 게임 같은 것들이  정리되어 있다. 부전자전인지 아들도 뭘 고치거나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들도 꽤 보인다. 에어컨, 히터도 안 나오는 50년된 차는 팔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늘 이사 갈 때 마다 끌고 다니는데, 의외로 성격은 꼼꼼한 편이어서 차고 모서리 칠판엔 날마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빼곡히 적혀 있다.     


아들은 작년에 IT 기업을 십년 다니다 퇴직을 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꽤 많은 퇴직금을 받고 잘렸다. 그런데 그 뒤로 새 직장을 구할 생각을 하지 않고, 사둔 헌 집에 집을 새로 짓는다고 하였다. 아들의 주변엔 이렇게 삼 사십대에 일찍 퇴직한 IT 업계친구들이 많은데, 원래도 이 계통은 40살 정도가 정년에 가깝다는데, 요즘은 AI 영향으로 더 빨라진 듯했다. 그런 연유로 이 계통에 종사하는 젊은 친구들은 은퇴 시점을 일찌감치 정해놓고, 퇴사 후 준비를 일찍 시작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직통고는 갑자기 오는 경우가 많아, 어느 경력이 짧은 IT 종사자는  자신이 예전에 받던 연봉의 십분의 일도 안되는 곳에서  일을 한다고, 유튜브에 나와 하소연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친구들은 퇴사 후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거나, 여행이나 육아에 올인하거나, 투자나 새로운 취미를 배우며, 아들처럼 집 짓기에 도전을 하는 등,   자신이 진정으로 해보고 싶은 일을 시도 한다고 한다. 물론 나름 여건이 되니 하는 것이지만, 어쩔 수 없는 한국엄마인 난 왠지 걱정이 앞서고, 아들의 이른 은퇴가 불안하기만 하다. 남편은 직장생활 35년째인데도 앞으로 몇 년을 더 할까 말까를 고민 중인데, 30대 아들이 자신은 재정적으로 준비가 됐으니 영구은퇴를 하겠다고 하니 말이다. 남의 집아들이 그런다고 하면 박수를 칠 일인데, 촌스러운 우리 부부는 논다고 하면 일단 부정적인 생각부터 하는 ‘라떼’ 들이다.  사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해선 우리도 잘 모른다.  하지만 체면이나 형식보다는 자신에게 솔직하고, 자아실현을 우선시 하는 요즈음 젊은 세대 들을 보면, 무엇을 하든지 자신의 선택이기에 후회가 적은 반면,   주변 눈치를 보며, 남과 비교하며,  주저하고, 무조건 열심히 사는 것만이 최고라 여기고  산 우리 세대들은  후회도, 미련도 많은 것 같다.   


인터넷에 떠도는 ‘죽기전에 후회하는 것들’ 리스트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1,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이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2, 수많은 걱정을 안고 살아온 것

3,더 많이 용서 하지 못하고, 미안하다는 말에 인색했던 것 

4,도전적으로 살지 않은 것과 자신을 돌보지 않은 것 등등….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시작되었다. 오늘 아침 문득 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듣다가  불현 듯 아들 생각이 났다. 아들아, 제발 올해는 주인공 칼라프 처럼 노래하거라, 사랑과 희망으로 떨리는 별들을 바라보며, 진정으로 매순간 깨어 있으며, 늘 승리에 찬 아침을 맞기를 바란다. 치열하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자녀를 낳아 키워보면 알 수 있다. 자식은 부모를 닮지만, 부모가 가지지 않은 면도 많이 가지게 된다는 것을…
    문화 2025-10-24 
    박운서 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  Email :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연방정부 셧다운이 이번 주에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는…
    세무회계 2025-10-24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지극히 맑고 푸르른 가을하늘 아래서 곱게 물든 길가의 아련한 추억들을 가슴에 깊이 새기며 써 놓은 가을의 언어는 벌써 새벽 앞에 손을 비비고 서 있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간직했던 추억 가운데 가을과 연관되는 …
    문화 2025-10-24 
    김재일 (Jay Kim) 대표현 텍사스 교육청 (TEA) 컨설팅전직 미국 교육부 (U.S Department of Education) 컨설팅전직 텍사스 공립학교 교장[들어가기 전] 지난 칼럼 이후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께서 문의를 주셨습니다. 이번 주 칼럼을 읽으신 뒤 …
    교육상담 2025-10-17 
    자동차 사고를 유발하는 위험요소들이광익 (Kevin Lee Company 대표)자동차 사고는 보험료 인상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주는 사건이므로 사고를 야기하는 요소들을 파악하고 제거해야 한다.자동차 사고에 영향을 주는 위험한 요소들이 …
    보험 2025-10-17 
    엑셀 카이로프로틱김창훈 원장 Dr. Chang H. KimChiropractor | Excel Chiropracticphone: 469-248-0012email: [email protected] MacArthur Blvd suite 103, Le…
    건강의학 2025-10-17 
    고대진 작가◈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순대와 …
    문화 2025-10-17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살포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 세월 내내 묵은 때들이 훌훌 말끔히 벗겨지고 대지엔 생동감 넘치는 계절의 푸르름이 더하고 있습니다. 달콤한 와플에 커피 한 잔 마시며 밤새 들리는 한 줄기의 빗소리 속에 찾아오는 삶의 징검다리를…
    문화 2025-10-17 
    서윤교 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 [email protected]– 마감일의 의미와, 기한을 놓친 납세자를 위한 실질적 대처법 –미국의 개인소득세 보고 기한은 원칙적으로 매년 4월 15일이다. 그러나 많은 …
    세무회계 2025-10-17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음악을 즐긴다는 것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 배움의 기쁨이 있고, 생활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땅의 스승이 이야기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중의 하나는 내가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
    문화 2025-10-10 
    에밀리 홍 원장결과가 말해주는 명문대 입시 전문 버클리 아카데미 원장 www.Berkeley2Academy.com 문의 : [email protected]가을 학기가 시작되면서 미국 대학 입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조기 지원에만 집중하지만, …
    교육상담 2025-10-10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얼떨결에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미주 한국 소설협회 회장을 맡고 나서 한동안 고민이 많았다. 리더쉽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미주 소설가 대부분이 캘리포니아주 등 다른 주에 거주하는데, 이 먼 텍사스에서 소설협회에서 필요한 일들을 잘 해낼…
    문화 2025-10-10 
    박운서 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  Email :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연방정부는 지난 10월 1일 0시 1분부터 셧다운에…
    세무회계 2025-10-10 
    크리스틴 손, 의료인 양성 직업학교, DMS Care Training Center 원장(www.dmscaretraining.com / 469-605-6035) 의료인의 영어: 자격증 그 이후의 진짜 경쟁력미국에서 의료 분야에 종사하기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저희 DMS…
    문화 2025-10-10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좋은 숲이 있고 깊은 골에 맑은 물이 흐르고 거기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계절을 찾아 떠나는 산이 제격입니다. 거기에다 산이 낮아 힘들지 않고 쉽게 오르고 내릴 수 있으며 거기에서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을 찾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
    문화 2025-10-03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