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아들에게 바라는 ‘새해’

페이지 정보

작성자 NEWS
문화 댓글 0건 조회 448회 작성일 25-01-10 11:17

본문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크리스마스 연휴부터 새해까지 작은아들이 있는 오스틴에 머물렀다. 가까운 거리이긴 하지만 자주가지는 못했는데, 아이가 일년 여에 걸쳐 지은 새집이 완성되었다 하여 겸사겸사 가게 되었다. 이제 서른 중반에 든 아이는 아직 결혼할 마음이 없어서 인지 집 디자인부터 가 딱 혼자 살 궁리를 하고 지은 것 같았다.  오스틴 다운타운 한 가운데 , 땅값이 제법 나간다는 그 곳에 아래층엔  4카 거라지,  이층엔 방 하나, 거실 하나인 독특한 집을 지은 것이다. 사방이 유리여서 전망은 좋은데, 우리가 방문하면 잘 곳이 마땅잖은게 좀 흠인데,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방은 우리에게 내주고 거실 소파에서 잠을 잔다. 그리고   주로 운동장 같은 차고에서 지내는 데, 그곳엔 컴퓨터와 대형 스크린 티브이와 본인이 좋아하는 앤틱 카와  각종 공구와 책들, 다트(darts) 게임 같은 것들이  정리되어 있다. 부전자전인지 아들도 뭘 고치거나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들도 꽤 보인다. 에어컨, 히터도 안 나오는 50년된 차는 팔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늘 이사 갈 때 마다 끌고 다니는데, 의외로 성격은 꼼꼼한 편이어서 차고 모서리 칠판엔 날마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빼곡히 적혀 있다.     


아들은 작년에 IT 기업을 십년 다니다 퇴직을 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꽤 많은 퇴직금을 받고 잘렸다. 그런데 그 뒤로 새 직장을 구할 생각을 하지 않고, 사둔 헌 집에 집을 새로 짓는다고 하였다. 아들의 주변엔 이렇게 삼 사십대에 일찍 퇴직한 IT 업계친구들이 많은데, 원래도 이 계통은 40살 정도가 정년에 가깝다는데, 요즘은 AI 영향으로 더 빨라진 듯했다. 그런 연유로 이 계통에 종사하는 젊은 친구들은 은퇴 시점을 일찌감치 정해놓고, 퇴사 후 준비를 일찍 시작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직통고는 갑자기 오는 경우가 많아, 어느 경력이 짧은 IT 종사자는  자신이 예전에 받던 연봉의 십분의 일도 안되는 곳에서  일을 한다고, 유튜브에 나와 하소연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친구들은 퇴사 후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거나, 여행이나 육아에 올인하거나, 투자나 새로운 취미를 배우며, 아들처럼 집 짓기에 도전을 하는 등,   자신이 진정으로 해보고 싶은 일을 시도 한다고 한다. 물론 나름 여건이 되니 하는 것이지만, 어쩔 수 없는 한국엄마인 난 왠지 걱정이 앞서고, 아들의 이른 은퇴가 불안하기만 하다. 남편은 직장생활 35년째인데도 앞으로 몇 년을 더 할까 말까를 고민 중인데, 30대 아들이 자신은 재정적으로 준비가 됐으니 영구은퇴를 하겠다고 하니 말이다. 남의 집아들이 그런다고 하면 박수를 칠 일인데, 촌스러운 우리 부부는 논다고 하면 일단 부정적인 생각부터 하는 ‘라떼’ 들이다.  사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해선 우리도 잘 모른다.  하지만 체면이나 형식보다는 자신에게 솔직하고, 자아실현을 우선시 하는 요즈음 젊은 세대 들을 보면, 무엇을 하든지 자신의 선택이기에 후회가 적은 반면,   주변 눈치를 보며, 남과 비교하며,  주저하고, 무조건 열심히 사는 것만이 최고라 여기고  산 우리 세대들은  후회도, 미련도 많은 것 같다.   


인터넷에 떠도는 ‘죽기전에 후회하는 것들’ 리스트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1,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이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2, 수많은 걱정을 안고 살아온 것

3,더 많이 용서 하지 못하고, 미안하다는 말에 인색했던 것 

4,도전적으로 살지 않은 것과 자신을 돌보지 않은 것 등등….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시작되었다. 오늘 아침 문득 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듣다가  불현 듯 아들 생각이 났다. 아들아, 제발 올해는 주인공 칼라프 처럼 노래하거라, 사랑과 희망으로 떨리는 별들을 바라보며, 진정으로 매순간 깨어 있으며, 늘 승리에 찬 아침을 맞기를 바란다. 치열하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 베일리 보험 》많은 한인들이 경영하는 세탁소와 얼터레이션 또는 슈리페어비지니스들이 있다. 이들 비지니스는 일종의 서비스 업종으로 다른 업종과 달리 이들 사업체에는 많은 고객들의 의류와 구두등을 맡아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근래에는 비교적 큰 금액의 시설 …
    보험 2025-11-24 
    서윤교 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 [email protected]미국 연방정부의 부분적 셧다운(Shutdown)이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하며 계속 진행 중이다. 이번 셧다운은 단순한 공공서비스 중단을 넘어 …
    세무회계 2025-11-24 
    크리스틴 손, 의료인 양성 직업학교, DMS Care Training Center 원장(www.dmscaretraining.com / 469-605-6035) “CNA 자격증을 따고 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그다음엔 어떤 길이 있을까요?”많은 분들이 첫 자격증 이후…
    교육상담 2025-11-24 
    에밀리 홍 원장결과가 말해주는 명문대 입시 전문 버클리 아카데미 원장 www.Berkeley2Academy.com 문의 : [email protected]이제 자녀를 키우는 세대의 중심은 198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부모 로 바뀌고 있는 시점 입…
    교육상담 2025-11-24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역사와 전통의 이상 문학상 주관사가 바뀌고 난 뒤 출간된 2025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나는 지난 6월 서울 방문길에 사왔다. 사실 내가 사보고 싶은 책은 따로 있었는데, 숙소 부근에 있던 양재동 동네서점엘 갔더니, 정말이지 서적이 별로 없었…
    문화 2025-11-24 
    고대진 작가◈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순대와 …
    문화 2025-11-21 
    김재일 (Jay Kim) 대표현 텍사스 교육청 (TEA) 컨설팅전직 미국 교육부 (U.S Department of Education) 컨설팅 전직 텍사스 공립학교 교장AI가 공부의 많은 부분을 대신해 주는 시대입니다. 모르는 문제는 바로 물어보고, 글쓰기 초안도 만들어…
    교육상담 2025-11-21 
    엑셀 카이로프로틱김창훈 원장 Dr. Chang H. KimChiropractor | Excel Chiropracticphone: 469-248-0012email: [email protected] MacArthur Blvd suite 103, Le…
    건강의학 2025-11-21 
    박운서 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  Email :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이제 2025년도 한달을 조금 넘게 남은 시점이다.…
    세무회계 2025-11-21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텍사스의 가을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따스한 가을의 속삭임이 서서히 지나가는가 싶습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날마다 대지의 푸르름을 그렇게 오래 간직하고픈지 계절의 순리를 거부하던 텍사스의 10월의 날씨는 이제 구름 한 점이 …
    문화 2025-11-21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벌써 가을의 문턱이 우리의 삶 깊숙한 곳까지 내려앉아 11월의 시간을 향한 발걸음을 바쁘게 재촉하고 있습니다. 가을이라는 설레는 계절에 우리의 일터를 잠시 탈출하여 곳곳에서 삶을 재 충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쉼이란 것은 삶의 정지라…
    문화 2025-11-07 
    박운서 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  Email :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연방정부의 셧다운이 길어지는 상황에 IRS 세출 중…
    세무회계 2025-11-07 
    REALTOR® |  Licensed in Texas -Century 21 Judge Fite #0713470Home Loan Mortgage Specialist - Still Waters Lending #2426734                            …
    부동산 2025-11-07 
    김미희 시인 / 수필가코피가 터졌다. 몸이 보낸 긴급 신호였다. 여전히 삼십 대인 줄 알고 몸을 몰아붙이는 날들이 많았으니,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 주 1회 두 시간 반의 변화 속에서 터진 코피였다. 몸이 나에게…
    문화 2025-11-07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길을 무심코 떠나면 그간 내 머리 속을 빙빙 돌며 삶의 많은 부분을 고민하게 했던 많은 부분들이 어느새 까마득하게 잊혀지고 그 속엔 내가 알 수 없는 평안함이 자리를 합니다. 여행길을 통해 아름다운 이야기를 …
    문화 2025-10-31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