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스페인 여행기4 (바르셀로나의 소매치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733회 작성일 24-03-01 17:41

본문

돌에 새긴 성경이란 별명이 붙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가족 성당)는 과연 외관부터 처음 보는  형식의 특이한 성당이었다. 

아직도 공사중이라는 성당 외관은 몇 개의 거치대가 그대로 걸려있었으며 주변에는 전세계에서 온 수 많은 관광객들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정말이지 잠시만 한 눈을 팔면 일행을 잃어버리기 딱 좋은 분위기였다. 

외벽 또한 매끄러운 고딕이나 로마네스크 양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진흙을 가지고 계속 덧붙인 것처럼 울퉁불퉁했는데, 여기저기 솟은 첨탑은 또 얼마나 뒤죽박죽인지,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술사학교 같았다. 

암튼 우리는 한국어로 설명이 된 해설 오디오를 귀에 꽂고 외관부터 감상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 개의 문에는 예수의 탄생부터 고난, 부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모두 조각으로 새겨져 있었는데, 마치 신약성경 한 권을 그려 놓은 것 같았고 가우디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인물은 좀 더 크고 특징적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 

성당내부는 형용할 수 없이 찬란한 빛과  다채로운 조형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우디 건축물의 특징은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 대부분인데, 내부를 받치고 있는 수많은 기둥들은  숲의 나무에서,  철제 창은 벌집을 보고, 벽은 갖가지 꽃들이 새겨져 있는데,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것이 자연물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오전 오후 빛이 들어오는 시간에 따라 성당 내부 스테인드 글라스 색깔이나 그림자가 바뀌고,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은 마치 천지창조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다. 

과연 하느님의 창조물인 인간의 능력은 무궁무진 하다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창의력의 백분의 일도 사용하지 못하고 죽는데 반해 가우디는 자신에게 주어진 탤런트를 모두 아낌없이 돌려주고 간 천재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우리는 오전 11시쯤 입장해서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성당을 나왔다. 마지막에 기프트 샵에서 성당 모습이 찍힌 액자용사진을 한 장 사고 엽서를 사며 난  이어폰을 남편에게  주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전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들녀석이 굳이 전철도 좀 타보자며 10불짜리 티켓을 아침에 끊었기 때문이다. 

성당으로 오는 오전 나절엔 그래도 전철이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후가 되니 퇴근시간과 맞물렸는지 전철안이 몹시 혼잡했다. 억지로 떠밀려간 전철안은 손 잡이 조차 안보여 나는 겨우 다른 승객들이 앉아있는 곳으로 가서 기둥 하나를 발견하여 붙잡고 서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보이지 않아서 입구 쪽을 보니, 그는 손바닥을 전철 천장에 붙이고 있었는데, 주변엔 사람들이 많아 겨우 얼굴만 보였다. 잠시 뒤, 다음 정거장에 도착했다는 신호가 울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갔다. 그때 누군가 ‘여기 이어폰이 떨어져 있는데 잃어버린 분 없나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그 이어폰이 우리 것일 거라곤 꿈에도 생각을 안 하고  전철역에서 내려 호텔까지 걸어왔다. 그런데 남편이 호텔 프런트 카페에서 맥주를  주문하고 돈을 내려고 하는데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남편은  지갑을 백팩에 둔 것이 아닌가 하고 뒤져봤지만 그 곳에도 역시 지갑은 없었다. 그러고보니 허리에 맨  벨트백 지퍼가 열려 있었다.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다. 

문득 여행 전  친구가  요즘 바르셀로나가  제일 악명높은 소매치기 도시이니 조심하라는 말이 떠올랐다. 

동유럽에서 온 집시들과 불법체류자들이 소매치기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순간 우리가 하룻동안 느꼈던 그 수 많은 감동들이 사르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또한 유럽 도시를 여행하며, 왜 우리는 소매치기가 극성을 부린다는 사실을 그렇게 까맣게 잊고 여유 자적했는지도 후회가 됐다. 암튼 그날 오후는 크레딧 카드들을 정지시키고, 새드라이버 라이선스를 신청 하느라 꼬박 한 나절을 보냈다. 다행이라면 패스포트는 백팩에 두어 도난 당하지 않은 것이다. 

여행전에  새로 산 크로스 백을 주자, 남편은 어쩐지 그 백이 어색하고 불편하다며 굳이 허리에 매는  벨트 백을 착용하고 다녔는데, 나중에 보니 그 백이 소매치기들이 가장 쉽게 여는 백이었다. 그 뒤 우리는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백을 단속하느라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다음날 구엘 공원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어쩌다 이렇게 소매치기 왕국이 됐을까, 한국에선 스마트폰과 랩탑을 카페 테이블에 두어도 아무도 집어가지 않는다는데 말이다. 

어쨌든 왕자와 거지처럼, 뷰티앤 비스트처럼,  모든 도시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볼거리가 많은 세계적인 관광지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평소 여행을 가면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구경거리에 푹 몰입하는 내게 남편은 늘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잔소리를 했는데, 그 뒤론 입장이 바뀌었다. 아, 그래도 바르셀로나는 소매치기만 조심한다면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은 곳이다. 왜냐면 뮤지엄 두 어군데를 남겨두고 왔기 때문이다.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고대진 작가◈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순대와 …
    문화 2026-02-12 
    박운서 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어느덧 입춘을 막 지난 시점이다. 지난 주간 화씨 0도…
    세무회계 2026-02-12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뉴 올리언즈(New Orleans)를 여행하면서 반드시 찾아가야 할 최고의 장소는 어디일까? 바로 낮부터 밤 늦게까지 울려퍼지는 거리 음악가들의 비공식 모토인 ‘행복한 시간이 계속되게 하라’라는 말이 참으로 잘 어울리는, 많은 행…
    문화 2026-02-12 
    에밀리 홍 원장결과가 말해주는 명문대 입시 전문 버클리 아카데미 원장 www.Berkeley2Academy.com 문의 : [email protected]매년 10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조기전형(Early Admissions) 시즌은 마치 새로운 아침…
    교육상담 2026-02-12 
    크리스틴 손, 의료인 양성 직업학교, DMS Care Training Center 원장(www.dmscaretraining.com / 469-605-6035) “자격증은 이미 땄는데, 왜 취업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질까요?” 미국간호조무사, 메디컬 어시스턴트, 채혈사 등…
    교육상담 2026-02-12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우리가 눈발이라면허공에서 쭈볏 쭈볏 흩날리는진눈깨비는 되지 말자세상이 바람불고 춥고 어둡다해도사람이 사는 마을가장 낮은 곳으로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우리가 눈발이라면잠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편지가 되고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새…
    문화 2026-02-06 
    서윤교 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 [email protected]                     영주권자의 SBA 대출 자격 박탈, 언제부터 예외였고 무엇이 바뀌었나 지난 2월2일 상업용 소규모대출업무…
    세무회계 2026-02-06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장, 작곡가)뉴 올리언즈는 참으로 대단한 곳인 것 같습니다. 매년 많은 사람들을 긴장시키는 대형 허리케인이 강타할 때면 다시는 안 돌아올 듯 많은 사람들이 떠나지만, 다시 이곳의 매력에 못 이겨 돌아오곤 한다. 오래전 전에도 대형 허리케인 카트리…
    문화 2026-02-06 
    환경문제와 보험이광익 (Kevin Lee Company 대표)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로 인한 환경오염은,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보다 10배 이상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쓰나미로 원전 건물 4개가 폭발했으며, 지금까지 방사성 물질…
    보험 2026-02-06 
    김미희 시인 / 수필가  금요일부터 달라스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함박눈은 아니었다. 싸라기눈이었다. 하늘에서 쏟아진다기보다 가만히 흘러내리는 눈. 알갱이가 작고 가벼워 보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외투 깃을 세운 채 차 문을 닫으며 손바닥에 떨어진 눈을 털어냈는데,…
    문화 2026-01-30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역사를 기억하고 보존하려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사우스 다코타(South Dakota) 주의 조그만 타운인 래피드 시티(Rapid City)의 아침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특히 이번 여행이 더욱더 아름다운것은 사람들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
    문화 2026-01-30 
    박운서 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세무보고 시즌이 시작되면서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
    세무회계 2026-01-30 
    조나단 김(Johnathan Kim) -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졸업- 現 핀테크 기업 실리콘밸리   전략운영 이사미국에서 명문대학이라 하면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같은 이름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입시 과정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조차 이들 학교의 위상을 알고…
    교육상담 2026-01-23 
    보험회사와 보험에이전트                                                           자동차나 주택보험 외에도 보험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며, 보험회사가 없으면 국가 경제가 마비될 정도로 그 영향력이 크다.보험회사…
    보험 2026-01-23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러시모어(Rushmore)’와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의 숨길 수 없는 역사와 이어지는 수많은 갈등, 오랜 세월의 시간과 고통 속에서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해야할 수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곳, 이러한 고민이 있기에 미…
    문화 2026-01-23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