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스페인 여행기4 (바르셀로나의 소매치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267회 작성일 24-03-01 17:41

본문

돌에 새긴 성경이란 별명이 붙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가족 성당)는 과연 외관부터 처음 보는  형식의 특이한 성당이었다. 

아직도 공사중이라는 성당 외관은 몇 개의 거치대가 그대로 걸려있었으며 주변에는 전세계에서 온 수 많은 관광객들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정말이지 잠시만 한 눈을 팔면 일행을 잃어버리기 딱 좋은 분위기였다. 

외벽 또한 매끄러운 고딕이나 로마네스크 양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진흙을 가지고 계속 덧붙인 것처럼 울퉁불퉁했는데, 여기저기 솟은 첨탑은 또 얼마나 뒤죽박죽인지,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술사학교 같았다. 

암튼 우리는 한국어로 설명이 된 해설 오디오를 귀에 꽂고 외관부터 감상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 개의 문에는 예수의 탄생부터 고난, 부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모두 조각으로 새겨져 있었는데, 마치 신약성경 한 권을 그려 놓은 것 같았고 가우디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인물은 좀 더 크고 특징적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 

성당내부는 형용할 수 없이 찬란한 빛과  다채로운 조형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우디 건축물의 특징은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 대부분인데, 내부를 받치고 있는 수많은 기둥들은  숲의 나무에서,  철제 창은 벌집을 보고, 벽은 갖가지 꽃들이 새겨져 있는데,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것이 자연물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오전 오후 빛이 들어오는 시간에 따라 성당 내부 스테인드 글라스 색깔이나 그림자가 바뀌고,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은 마치 천지창조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다. 

과연 하느님의 창조물인 인간의 능력은 무궁무진 하다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창의력의 백분의 일도 사용하지 못하고 죽는데 반해 가우디는 자신에게 주어진 탤런트를 모두 아낌없이 돌려주고 간 천재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우리는 오전 11시쯤 입장해서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성당을 나왔다. 마지막에 기프트 샵에서 성당 모습이 찍힌 액자용사진을 한 장 사고 엽서를 사며 난  이어폰을 남편에게  주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전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들녀석이 굳이 전철도 좀 타보자며 10불짜리 티켓을 아침에 끊었기 때문이다. 

성당으로 오는 오전 나절엔 그래도 전철이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후가 되니 퇴근시간과 맞물렸는지 전철안이 몹시 혼잡했다. 억지로 떠밀려간 전철안은 손 잡이 조차 안보여 나는 겨우 다른 승객들이 앉아있는 곳으로 가서 기둥 하나를 발견하여 붙잡고 서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보이지 않아서 입구 쪽을 보니, 그는 손바닥을 전철 천장에 붙이고 있었는데, 주변엔 사람들이 많아 겨우 얼굴만 보였다. 잠시 뒤, 다음 정거장에 도착했다는 신호가 울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갔다. 그때 누군가 ‘여기 이어폰이 떨어져 있는데 잃어버린 분 없나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그 이어폰이 우리 것일 거라곤 꿈에도 생각을 안 하고  전철역에서 내려 호텔까지 걸어왔다. 그런데 남편이 호텔 프런트 카페에서 맥주를  주문하고 돈을 내려고 하는데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남편은  지갑을 백팩에 둔 것이 아닌가 하고 뒤져봤지만 그 곳에도 역시 지갑은 없었다. 그러고보니 허리에 맨  벨트백 지퍼가 열려 있었다.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다. 

문득 여행 전  친구가  요즘 바르셀로나가  제일 악명높은 소매치기 도시이니 조심하라는 말이 떠올랐다. 

동유럽에서 온 집시들과 불법체류자들이 소매치기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순간 우리가 하룻동안 느꼈던 그 수 많은 감동들이 사르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또한 유럽 도시를 여행하며, 왜 우리는 소매치기가 극성을 부린다는 사실을 그렇게 까맣게 잊고 여유 자적했는지도 후회가 됐다. 암튼 그날 오후는 크레딧 카드들을 정지시키고, 새드라이버 라이선스를 신청 하느라 꼬박 한 나절을 보냈다. 다행이라면 패스포트는 백팩에 두어 도난 당하지 않은 것이다. 

여행전에  새로 산 크로스 백을 주자, 남편은 어쩐지 그 백이 어색하고 불편하다며 굳이 허리에 매는  벨트 백을 착용하고 다녔는데, 나중에 보니 그 백이 소매치기들이 가장 쉽게 여는 백이었다. 그 뒤 우리는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백을 단속하느라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다음날 구엘 공원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어쩌다 이렇게 소매치기 왕국이 됐을까, 한국에선 스마트폰과 랩탑을 카페 테이블에 두어도 아무도 집어가지 않는다는데 말이다. 

어쨌든 왕자와 거지처럼, 뷰티앤 비스트처럼,  모든 도시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볼거리가 많은 세계적인 관광지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평소 여행을 가면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구경거리에 푹 몰입하는 내게 남편은 늘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잔소리를 했는데, 그 뒤론 입장이 바뀌었다. 아, 그래도 바르셀로나는 소매치기만 조심한다면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은 곳이다. 왜냐면 뮤지엄 두 어군데를 남겨두고 왔기 때문이다.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2025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새해를 맞아 자녀들의 교육에 대한 계획을 세울 때 대학 입시 준비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죠. 봄 학기도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올해 상반기 계획을 학년별로 추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12학년들은 대학 입학 원서와 입시 통보가 진행중…
    라디오칼럼 2025-02-05 
    Hmart 이주용 차장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한국, 외국 마켓의 냉장 음료 코너 혹은 건강식품 코너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상품 중에 콤부차(KOMBUCHA)라는 병에 담긴 음료를 보신적이 있으실 겁니다. 오늘은 우리에게 이름도 생소한 이 콤부차에 대해 이야기 해…
    문화 2025-01-31 
    상업용 투자 전문가에드워드 최문의: 214-723-1701Email: edwardchoirealty@gmail.comfacebook.com/edwardchoiinvestments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국 경제정책은 큰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부동산 2025-01-31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흔들리는 창밖에 잔잔히 내리는 비와 루이 암스트롱의 신비스럽고 따스한 트럼펫의 재즈 선율을 들으며 음악을 따라 나선 루이지애나 주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음악의 도시 뉴 올리언스(New Orleans)를 찾아 떠난 재즈여행,  달라…
    문화 2025-01-31 
    박운서 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  Email : swoonpak@yahoo.com2625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2025년의 시작이 벌써 한달을 지나며 2월에 접어…
    세무회계 2025-01-31 
    김미희 시인 / 수필가“이 사진이 좋아? 아니면 이게 나아?” 남편은 컴퓨터 화면을 넘기며 하나하나 사진을 클릭해 보여줍니다. 맘에 드는 걸 고르라며 자꾸 보채는 모습이 참 정겹습니다. 오래전부터 파더스 데이를 가족사진을 찍는 날로 정해두었던 남편이지만, 언제부턴가 그…
    문화 2025-01-31 
    여름에 UT Austin의 입시 요강 변화에 대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이에 추가로 자동입학 제도에도 변동이 있는데요, 텍사스 하이 스쿨 학생이라면 이미 비상이 걸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UT Austin의 6% 자동 입학 제도가 2026년 가을부터는 5%로 줄어든다고 …
    라디오칼럼 2025-01-28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콜로라도를 여행한다는 것은 계절에 상관없이 광대한 자연과 더불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현장 속에서 텍사스와는 다른 무언가 특별한 것을 느끼게 합니다. 하늘에 맞닿은 높이를 할 수 없는 거대한 봉우리들이 있는가 하면 그 줄…
    문화 2025-01-24 
                                                                  공인회계사 서윤교    지난 월요일 Trump 대통령 당선인이 공식적으로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의 첫 번째 행정명령은 전임 대통령이었던 바이든…
    세무회계 2025-01-24 
    박인애 (시인, 수필가)  9년 전, 다운타운에 있는 책방 ‘Deep Vellum’에서 “Blind Date with a Book”이라는 팻말이 붙은 진열대를 처음 보았다. 그곳에 진열된 책들은 누런 소포지로 포장한데다 노끈으로 묶어 놓은 지라 무슨 책이 들었는지 확인…
    문화 2025-01-24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양자 컴퓨터에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양자 컴퓨터 회사의 주가가 오르고, 양자 …
    문화 2025-01-24 
    이광익 (Kevin Lee Company 보험사 대표)이 조항은 비지니스 보험약관에서 종종 지나치기 쉬운 항목이지만, 피해를 받았을 때 보상 받는데는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비지니스 보험에서 코인슈런스의 필요성은 완전손실(Total Loss)의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보험 2025-01-24 
    조나단 김(Johnathan Kim) -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졸업- 現 핀테크 기업 실리콘밸리   전략운영 이사입학 담당자는 지원서를 통해 학생 개인의 고유한 ‘이야기’를 읽고자 한다. 성적 증명서는 학업적 헌신을, 과외 활동은 관심사와 열정을, 에세이는 …
    교육상담 2025-01-24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 달라스에서 비행기로 4시간을 날아 오레곤의 주도 포트랜드에 도착할 즈음이면 창가 오른쪽으로 오레곤주와 워싱턴 주의 명산들이 눈에 들어 옵니다.하얀 눈으로 정상을 덮고 그 밑으로 길게 띠를 형성한 구름의 오묘한 조화 속에 마치 영화 …
    문화 2025-01-17 
    상업용 투자 전문가 에드워드 최   2025년은 기술 혁신이 전 산업에 걸쳐 심화되고, 그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해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은 기술 변화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며, 생산성 향상과 혁신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부동산 2025-01-17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