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바하의 무반주 첼로 조곡과 어울리는 1번 도로 여행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525회 작성일 23-11-24 11:17

본문

누군가 당신에게 말한다. ‘자기야 봤어? 어젯밤에 걸린 11월의 거대한 보름달을… 이는 누군가가 맑고 투명한 수채화로 그림을 그려 저 나뭇가지 사이에 걸어 놓은 것 같지 않아? 사랑의 머무는 언덕에 수채화 붓을 들어 거기에 그리움이라는 느낌표를 찍고 싶어. 

그리고 우리의 그림을 완성하고 싶어.’ 그러고는 삶의 긴 그림자를 가슴에 담고 점점 짙어가는 가을의 색채를 더해가며 조용히 문을 나설 것입니다. 가을이 더욱 빨갛게 물들수록 우리의 마음은 더욱더 조급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을이 우리에게 늘 아쉬움만을 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조용히 흐느끼는 명 첼리스트 로스트로포지치(Rostropovich)의 명 연주 바하 무반주 첼로조곡 1번에서 6번 전곡을 MP3 플레이어에 가득 집어넣었습니다. 영화 ‘피아니스트(The Pianist)’에서 스필만이 도로타의 집 소파에서 잠들었을 때 그를 위해 도로타가 연주한 음악, 가장 완벽한 첼로 연주, 이번 가을은 어쩌면 첼로의 깊은 소리처럼 삶의 깊이도 더해질지 모릅니다.

나는 조용히 깊어가는 가을의 정적을 깨기 싫어 조용히 음악을 틀고 달라스 다운타운을 출발했습니다. 달라스를 벗어날수록 가을의 흔적은 나의 마음을 투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가을을 닮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75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한없이 달려가니 어느새 오클라호마로 도착합니다. 

거기에서 20여분을 북쪽으로 운전하면 듀런트(Durant)라는 도시를 만나고 70번 도로를 만나게 됩니다. 여기에서 70번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한참을 운전하면 휴고(Hugo)시를 만나기 전에 271번 도로를 만나게 됩니다. 

여기에서 271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계속 운전을 하다 보면 탈리나(Talihina)시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5분 정도 북쪽으로 운전을 하면 오른쪽으로 1번 도로를 알리는 사인이 나오면 본격적으로 1번 도로에 진입을 하게 됩니다.

이 길은 탈리메나 시닌 드라이브(Talimena Scenic Drive)로 아주 잘 알려진 곳으로 미국의 중남부에서 가장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합니다. 

이 길을 따라 동쪽 알칸소까지 이어지는 길인데 아마도 탈리메나(Talimena)라는 용어는 이 드라이브 코스가 오클라호마 주의 탈리나(Talihina)에서 시작해 알칸소의 메나(Mena)라는 시까지 약 50마일 구간이기 때문에 탈리나와 메나라는 말이 합성되어 만들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은 2,000피트 이상의 고도 위에서 경사와 굴곡이 심한 산악도로인데 운전하다 보면 곳곳에 아래를 내다볼 수 있는 전망대와 캠프장, 그리고 등산코스들이 즐비합니다. 

그래서 아무 곳이나 여러분들이 편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11월의 투명한 가을의 정취를 호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곳에 오려면 물론 당일코스도 가능하지만 가능하면 1박2일 코스를 선택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숙박은 1번 도로의 동쪽 끝에 위치한 퀼 윌헬미나 스테이트 팍(Queen Wilhelmina State Park)에 위치한 퀸 윌헬미나 호텔(Queen Wilhelmina lodge)를 이용하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이 호텔 2,500피트가 넘는 산정상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다른 곳과는 차별된 많은 경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숙소를 정하고 수려한 대지의 용모를 연모하며 확 트인 퀸 윌헬미나 레스토랑에서 커피 한 잔에 맛깔스러운 식사를 즐기는 것도 멋진 경험이 될 것입니다. 

숙박료가 매우 저렴하며 이 주위에는 간단한 등산 코스들이 있어 잠시 등산에 심취하여 가을의 깊은 맛을 바하의 첼로 음악과 같이 호흡해보는 것 또한 특별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가을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과 함께 떠난 가을여행, 작은 마음을 자신에게 나눠주는 것 또한 늘 푸를 수 없는 잎만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가 그러함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항로에 영원하지 않은 꽃과 잎 그리고 그것들을 아쉬워하는 그리움이라는 단어 하나에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을 이곳에서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오종찬

·작곡가

·KCCD원장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순대와 생맥주>…
    문화 2025-05-02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테네시주(Tennessee)를 여행하다 보면 이외의 곳에서 생소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달라스에 사는 많은 이들이 뉴욕의 동부 혹은 아틀란타의 남부로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도로 곳곳에 널린 미국의 유수 관광지나 역…
    문화 2025-05-02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공학 시스템을 이해하는 기초적인 접근법은 시스템에 입력을 주었을 때 어떤 출력이 나오는지 보는 것이다. 예컨…
    문화 2025-04-30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저는 이 십년만에 아틀란타 옷수선 가게를 접고 수원에 정착했어요, 무엇보다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고, 말 때문에 긴장 안 해도 되니 살 것 같네요.-부럽네요, 저는 아이들이 어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역이민은 이왕 하려면 빨리 하는 …
    문화 2025-04-30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2025년이 시작이 된지 어느덧 5월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달라스의 봄은 미국의 어느 곳보다 빨리 찾아와 3월이면 벌써 온 대지에 봄기운이 가득하여 수많은 꽃 축제와 더불어 각종 페스티벌이 곳곳에서 시작을 알리곤 합니다. 특히…
    문화 2025-04-30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예전의 텍사스의 날씨와는 사뭇 다르게 변덕스럽고 가을처럼 선선한 날씨를 느끼며 달리다 보니 벌써 5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4월, 5월이면 텍사스에서는 왕성하게 활동하기 가장 적당한 기온을 유지하는데 곳곳에서는 각종 페스티벌이 우…
    문화 2025-04-18 
     백경혜 수필가가게에 물건이 들어와서 며칠간 바빴다.  오랜만에 들여온 거라 양도 많았고 바뀐 계절에 맞춰 디스플레이도 손봐야 해서 할 일이 많았다. 페덱스 아저씨가 커다란 종이 박스 여러 개를 작은 가게에 쌓아놓고 갔다. 목장갑을 끼면서 박스를 쓱 훑어보았다. 십 년…
    문화 2025-04-18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늘 새로움을 더하는 하루 하루가 우리 앞에 계단을 놓고 있습니다. 녹음이 우거지고 비로소 시작되는 텍사스의 무더위는 상쾌한 숲 속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방금 찬물로 씻은 듯 시원한 미소로 여름을 맞이하기를 구하고 있다. 때로는 헉헉…
    문화 2025-04-11 
    김미희 시인 / 수필가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리고 중얼거린다.“일어나기 싫다. 그냥 이대로… 잠들었으면.”늙어가는 이 나이에 학교 가기 싫어 꾀를 부리는 아이처럼 아직도 월요일 아침마다 이러고 있으니, 나도 참 이상한 아줌마다. 평생을 올빼미처럼 밤에 더 깨어 있는 사…
    문화 2025-04-11 
    크리스틴 손, 의료인 양성 직업학교, DMS Care Training Center 원장(www.dmscaretraining.com / 469-605-6035) 약을 다루는 또 하나의 전문가, 약국 테크니션 (Pharmacy Technician) -12주 단기과정으로 시…
    문화 2025-04-11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2025년이 엊그제 시작이 되는가 싶더니 벌써 4월의 시작점에 와있습니다. 아직은 봄이 채 이른지 쌀쌀한 아침 기운에 살짝은 어깨를 움츠리지만 금세 하늘이 거치며 따스한 텍사스의 햇살이 온 대지에 충만한 생명의 빛을 선사합니다.…
    문화 2025-04-11 
    ◈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순대와 생맥주>…
    문화 2025-04-11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간단한 암산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100에서 10을 뺀 다음 5를 또 빼면 얼마일까? 어렵지 않게 정답 …
    문화 2025-03-28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한 무리의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을 보면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태양아래 아름다운 짙푸른 초원이 있고 경치 좋은 산을 병풍 삼아 한가롭게 되새김질하는 소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메마른 샘에 단비가 내…
    문화 2025-03-28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드디어 완연한 봄입니다. 주위의 모든 만물이 슬슬 봄의 전령들을 보내고 봄을 예찬하는 노래들이 우리의 입가를 맴돌게 하고 있다. 지난3월초에 달라스 북쪽 오클라호마 주의 치카소(Chikasaw)에 갔을 때만 하더라도 아직 완전한 …
    문화 2025-03-21 

검색